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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무지 (Badlands, 1973)" | 범죄, 드라마, 로맨스 | 70년대 | 추천, 리뷰, 결말 포함 X

by Koh Minseong 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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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테런스멜릭 #마틴쉰 #시시스페이섹 #뉴헐리우드 #범죄로드무비 #허무주의

기(起): 배경

1973년에 개봉한 테런스 멜릭 감독의 데뷔작 '황무지'는 1950년대 미국을 뒤흔들었던 찰스 스타크웨더와 캐릴 앤 퓨게이트의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 로드 무비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범죄 영화들이 가졌던 자극적인 연출에서 벗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광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냉혹하고 무심한 폭력을 건조하게 그려낸다. 뉴 헐리우드 시네마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테런스 멜릭 특유의 철학적이고 시적인 영상미가 시작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승(承): 줄거리

사우스다코타의 작은 마을, 25살의 쓰레기 수거원 키트(마틴 쉰)는 15살의 소녀 홀리(시시 스페이섹)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제임스 딘을 닮은 외모의 키트는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매력을 풍기지만, 홀리의 아버지는 이들의 만남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결국 키트는 홀리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두 사람은 집을 불태운 뒤 사우스다코타의 광활한 황무지를 가로질러 몬태나로 향하는 도피 행각을 시작한다. 홀리의 무덤덤한 내레이션과 함께 전개되는 이들의 여정은 끔찍한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지만, 화면은 역설적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다.

전(轉): 절정

키트와 홀리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숲속에 은신처를 만들거나 광활한 평원을 달리는 등 기묘한 캠핑과 같은 도피 생활을 이어간다. 키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해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훗날 전설적인 영웅담으로 남기를 바라는 기이한 명예욕을 보여준다. 반면 홀리는 키트의 폭력에 가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를 말리거나 비난하지도 않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들의 도피가 점점 막다른 길로 치닫고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키트와 홀리 사이의 유대감에도 미묘한 균열이 생기며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파국의 절정에 이른다.

결(結): 핵심

'황무지'는 폭력의 본질과 인간의 소외, 그리고 미국적인 꿈의 허상을 가장 아름답고도 냉소적으로 포착한 수작이다. 감정을 배제한 듯한 시시 스페이섹의 목소리와 마틴 쉰의 고독한 카리스마는 이 영화를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 이 영화를 반드시 시청해야 할 핵심 이유이다.

  1. 폭력과 서정성의 역설적인 조화: 테런스 멜릭 감독은 잔혹한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이를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의 이미지와 결합시킨다. 이러한 대조는 인간의 행위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덧없고 무의미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기묘한 미학적 체험을 선사한다.
  2. 무심한 내레이션이 만드는 소외 효과: 홀리의 내레이션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건조하고 낭만적인 미사여구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실제 벌어지는 끔찍한 현실과 괴리감을 만들어내며,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심어준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소외와 도덕적 불감증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3. 뉴 헐리우드 시네마의 걸작: 이 영화는 기성세대의 질서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을 영웅시하지도, 그렇다고 단순히 악인으로 규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길 위에서 사라져가는 그들의 고독과 허무를 관찰하며, 당시 미국 사회가 가졌던 불안과 상실감을 영화적인 시로 승화시켰다.

이 작품은 로드 무비라는 형식을 통해 인간 내면의 황무지를 탐구한 영화 예술의 정수이며, 감각적인 영상미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선호하는 모든 관객에게 시청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시청 정보] 영화 <황무지 (Badlands, 1973)>은 현재 Apple TV, Google Play 무비, 네이버 시리즈온 등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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