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압바스키아로스타미 #이란영화 #메타시네마 #실화 #정체성 #예술의힘
기(起): 배경
1990년에 개봉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클로즈 업'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완전히 허문 현대 영화사의 혁신적인 걸작이다. 이 영화는 유명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를 사칭하여 한 가족을 속인 '호세인 사비지안'이라는 실존 인물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놀라운 점은 실제 사건의 당사자들이 영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직접 연기한다는 것이다. 키아로스타미는 이 기묘한 실화를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예술이 인간의 비루한 현실을 어떻게 위로하고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승(承): 줄거리
가난하고 실직 상태인 영화광 호세인 사비지안은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자신을 유명 감독 마흐말바프라고 소개한다. 영화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그 가족의 집에 초대받아 다음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며 그들을 속이고 소액의 돈을 빌린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곧 탄로나고, 그는 사기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진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 소식을 접하고 실제 재판 과정에 카메라를 들고 개입한다. 영화는 사비지안이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를 고소한 가족들의 복잡한 심경을 재판장과 실제 재구성된 장면들을 통해 교차하며 보여준다.
전(轉): 절정
재판 과정에서 사비지안은 자신의 범죄가 금전적 이득보다는 예술에 대한 열망과, 유명 감독의 신분으로 얻었던 존중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나는 가짜 마흐말바프였을 때 비로소 사람 대접을 받았다"는 그의 진술은 관객에게 서글픈 울림을 준다. 법정의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키아로스타미의 카메라는 사비지안의 얼굴을 '클로즈 업'하며 그의 진심 어린 고뇌를 포착한다. 피해자 가족 역시 그의 순수한 의도를 이해하며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마침내 실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사비지안의 석방을 축하하기 위해 나타나는 극적인 순간으로 영화는 절정에 달한다.
결(結): 핵심
'클로즈 업'은 단순한 사기 사건의 기록을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영화적 진실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탐구하는 숭고한 예술 작품이다. 실제와 가상이 뒤섞인 이 마법 같은 영화를 반드시 시청해야 할 핵심 이유이다.
-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완벽한 융합: 실제 인물들이 자신의 아픈 기억을 다시 연기하게 함으로써, 영화는 기록 그 이상의 진실에 도달한다. 키아로스타미는 '재구성'이라는 방식을 통해 현실보다 더 선명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며 메타시네마적 미학의 정점을 선보인다.
- 예술이 선사하는 구원과 위로: 주인공 사비지안은 비록 가짜였으나 그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짜였다. 영화는 그를 단순한 사기꾼으로 낙인찍는 대신, 예술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싶었던 한 인간의 갈망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마지막 마흐말바프와의 만남 장면은 영화가 현실에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과 같다.
- 이란 영화의 인간 중심적 통찰력: 화려한 기술이나 자극적인 서사 없이도, 오직 인물의 대화와 표정만으로 세상을 향한 깊은 통찰을 끌어낸다. 사비지안의 얼굴에 머무는 카메라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예우를 보여주며, 영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정직한 시선인 '클로즈 업'의 가치를 증명한다.
이 작품은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마술적 힘을 믿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찬사이며, 인간의 본질과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는 모든 관객에게 시청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시청 정보] 영화 <클로즈 업 (Close-Up, 1990)>은 현재 Apple TV, Google Play 무비, 네이버 시리즈온 등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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